1919년 4월 황해도 안악군 문산면 원성리 상촌(上村)에서 왕실 의안대군 후손이며 병인박해 때 순교한 순교자의 후손인 이태환 시메온과 두 동생이 수녀인 신앙심 깊은 집안 출신인 임용환 요안나 에게서 출생하였다. 이 신부는 착하고 인정 많은 성품이면서도 엉뚱하고 대담한 면도 있었다. 순교자의 후손답게 수도자보다 더 청빈한 삶을 살았고, 예수 성심 공경에 특별한 신심이 깊었다.48)

그는 평양으로 이사 온 후 성모 보통학교를 거쳐 1934년에 신학교에 입학 하였으며 방학이면 본가에 나와 조카들을 잘 돌보아 주었고 형수가 어렵게 떡을 만들어 주면 신학교에 돌아가 반드시 감사의 편지를 올리는 등 자상한 면도 있었다.49)

1946년 3월 1일 평양 대신리 성당에서 홍 용호 주교 주례로 사제 서품을 받고, 관후리 보좌로 사목활동을 시작했으며, 1947년 10월 부터는 1년간 서포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원 지도 신부를 겸임했다. 이후 형제들이 월남하며 함께 가기를 권했으나 양떼를 버리고 갈 수 없다고 거절했다고 한다.

1948년 10월 평양 기림리 본당으로 전근되어 사목하다가 1949년 12월 7일 새벽 1시경 보위부원들이 체포하러 오자 성당에 들어가 성체를 꺼내 수녀원 해산 후 사제관에 와서 함께 있던 이모 임 마리아 수녀(포교 베네딕도회)와 여동생 등에게 모두 영해준 후 두터운 옷으로 갈아입었다. 이모 수녀는 본당 회장 등에게 알리려 하며 시간을 끌었으나 결국 새벽 5시경 연행되고 말았다. 이때 마침 새벽 미사에 오던 한 할머니가 신부님을 체포해 나가는 것을 악을 쓰며 몸으로 막아섰으나 보위부원들은 그 할머니를 거꾸러뜨리고 발길로 마구 찬 후 이 신부를 지프차에 싣고 사라졌다.50)